FDI 차기 회장 선출, 개도국 구강 보건 앞장 설 터
주의 종의 길 걷는 아내 위해 후원자의 역할 감당도 최선

윤흥렬 박사(정동제일감리교회.세계치과의사연맹 차기 회장

작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푸트라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제89회 FDI(세계치과의사연맹)총회에서 FDI 사상 첫 여성 회장을 꿈꾸던 벨기에 미셀아덴 후보와 나란히 출마해 경선을 벌인 결과 나는 득표율 68%를 얻으며 한국 치과의사 최초로 FDI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

차기 회장이 확정되는 순간 터져 나온 첫 마디는 “하나님 감사합니다”란 고백이었다. 이 자리에는 아내가 함께 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하나님께서 주신 이 기쁨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평소 ‘힘든 일을 왜 자처하며 고생이냐’며 핀잔을 주던 아내 역시 세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내가 우뚝 서게 된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아내는 그렇게 모든 순간을 함께 하며 기도의 후원자로 늘 내 곁에 있었다. 보잘것 없는 나에게 신앙을 가르쳐주고 결혼 후 군복무와 두 번의 유학생활, 끝없는 환자 진료와 협회 일 등으로 자주 집을 비우며 늘 분주하기만 했던 나를 묵묵히 따라만 주었던 아내와 차기 회장으로 뽑힌 기쁨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보다 감사해야 할 분은 따로 있었다. 아무 일도 염려하지 말고, 기도와 간구로 아뢸 때 모든 것을 이뤄주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이 자신감을 주시지 않았다면 결코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진정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이 모든 일의 주관자가 되신다는 사실을 믿게 된 것은 신앙생활을 한지 27년이 지난 1995년이었다. FDI 총회 차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록키산맥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나는 하나님의 오묘한 창조 섭리를 깨닫고 ‘그 분은 살아 계신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세계치과의사연맹 서울 총회 개최와 FDI 이사 선임 건을 앞두고 분주하던 그때 난 일부러 미국 유학시절에 다니던 교회를 찾아가 세례를 받았다. 내게 평안을 주시고 모든 것을 그분의 생각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 주시겠다고 하신 그 약속의 말씀을 믿고 비로소 내 모든 짐을 그분 발 앞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결과 하나님은 대한치과의사협회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97년 세계치과의사연맹 총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4만 명이 참석한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다. 비록 그 해 출마한 차기 회장 선거에서 낙방하는 슬픔을 맛보긴 했지만 98년 FDI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재무이사로 당선케 하셔서 차기 회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주셨다.

나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기회를 십분 발휘해 FDI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물론 한국치과의사협회에서 활동할 때도 치아건강을 위해 ‘설탕 덜 먹기 운동’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소비자 보호단체와 함께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다. 명동거리를 다니며 홍보한 결과 식품업체에 의해 무가당 주스와 다이어트 콜라의 전신인 탭(Tab)콜라가 시판되는 계기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국민들 스스로 건강한 치아를 갖도록 이끄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FDI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내세운 공약에도 전세계인의 건강한 치아 유지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내용인즉 매년 5월 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치과 스티커’를 판매해 얻어진 수익금을 개발도상국 구강 보건 지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세계 1백 49개국의 75만 명의 치과의사를 대표해 앞으로 2년 동안은 차기 회장으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정식 회장으로 FDI를 이끄는 위치에 서게 됐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 가운데 내게 평안을 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한 나는 내게 자신감을 부어주신 하나님의 능력을 믿고 아무 염려 없이 이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FDI를 임기 동안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 외에 내겐 또 하나의 할 일이 있다. 한세대 신학대학원 석사과정(Th.M.)을 밟으며 전도사의 직분으로 주의 종이 된 아내가 목회의 길을 걸으며 맡겨진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것이다. 그 옛날 아내가 나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그리고 우리가 받은 사랑만큼 아니 그 이상을 베풀며 살아가는 주의 일꾼들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