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남 목사(강동성전 담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보편 타당한 진리이다. 그런데 어떤 때는 너무 아는 것이 좋을 때보다는 차라리 단순 무식한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인류 역사상 솔로몬 대왕만큼 유식하고 지혜가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솔로몬은 지혜와 유식을 한탄했다.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여러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케 하느니라”고 했다. 솔로몬이 만일 공부를 싫어한 단순 무식한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이 글을 쓰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
 

성경에서 단순 무식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베드로다. 예수님이 부르시니 가족과 생업을 버리고 당장 주님을 따라 나섰고, 예수님이 ‘물위로 오라’했을 땐 곧 배에서 내려 바다 위를 걸어갔다. 또 주님이 잡힌 관청 뜰 앞에서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부인하다가 닭 울음소리가 나니 곧바로 밖에 나가 통곡하는 사람이었다. 예수님은 그 단순 무식한 베드로를 박학다식한 사도 바울과 함께 기독교사의 쌍벽으로 높이셨다. 우리가 크게 음미해볼 대목이다.
 

구약의 다윗도 때로는 단순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양을 지킬 때 사자나 곰이 와서 양 새끼를 움키면 끝까지 따라가서 그 입에서 양 새끼나 다 먹은 귀때기라도 건져내며 그 수염을 잡고 쳐죽이기까지 했다. 또 거대한 블레셋 천하장수 골리앗에게 작대기에 돌 다섯 개를 들고 돌진하면서 “너는 할례 받지 못했으니, 나에게 질 수밖에 없다”고 외친 홍안의 소년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사랑하고 기름을 부어 만승 천자로 높였다.
 

1960년대 말,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서대문에 있을 때 청년회에 처음 나가기 시작했다. 일류대학을 다니고 영어를 줄줄 외우며 화려한 음악을 하는 이들도 신선한 감동을 주었으나, 그 보다 더 도전을 준 사람들은 ‘단순한 믿음의 겁 없는 청년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학문적 배경이 거의 없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믿음만은 지구를 얹어 놓아도 꿈쩍 안 할 만한 그런 배짱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의 눈은 병든 세상과 마귀에 잡힌 영혼들을 향해 불타고 있었고, 그들의 발걸음은 죄악과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을 건지기 위해 소돔 같은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그들 중 배운 것이 별로 없는 한 청년의 일화다. 어느 날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 “죄를 회개하고 성령 받아야 새 사람이 된다”며 눈물로 호소했다고 한다. 결과가 어떠했을까? 2백여 명의 죄수들이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를 받는 진풍경이 유치장 내에서 연출됐다.
 

미국의 전도자 무디는 단순한 믿음으로 미국과 세계를 복음으로 뒤흔들어 놓았고, 영국의 스미스 위글스 워스라는 배관공 출신의 단순 무식한 부흥사는 14명의 죽은 사람을 직접 기도나 명령으로 살려냈다. 예수님도 때로는 너무나 단순하게 명령을 내리셨다. “청년아 일어나라”, “바람아 잠잠하라 고요하라”, “나사로야 무덤에서 나오라”고 말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복음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하고 죽어 가는 많은 영혼들이 있다. 이 앞에서 복음전파에 대해 잘 모르니 좀 더 공부해서 나중에 전도하자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복음을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