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실천하는 미디어교육 -

‘또 하나의 가족’TV, 좋은 친구로 만들자!

자녀들의 올바른 TV 시청 방법 연구 필요

정보제공·대화창구 역할 살리면 효과적 도구

 30대 초반의 가장 A씨는 얼마 전 집안에서 큰 봉변(?)을 당한 씁쓸한 경험이 있다.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라는 짓궂은 물음에 4살 난 딸아이가 그만 “텔레비전이 제일 좋아요”라고 대답해 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아동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부모가 하루쯤 집을 비운 상황에서 자녀들은 특별한 스트레스를 호소하지 않았으나 텔레비전의 부재(不在)로부터는 커다란 답답함을 느끼고, 간혹 일시적인 ‘정신적 공황상태’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과 우리 자녀들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컨텐츠의 선정성 및 폭력성과 관련된 대중매체의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 시청은 과도한 학습부담을 요구받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오락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구 선진국에 비해 어린이 및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 미약한 현실에서 어찌보면 텔레비전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편리하면서도 값싼 유일한 사회적 기제(social system)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시청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면 결국 문제는 가정 내에서 텔레비전을 어떻게 다루고 또 다스릴 것인가의 방법론적인 논의로 귀결된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효과적으로 시청지도를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살펴보자.
 그 첫 번째 방법은 정보획득의 차원에서 텔레비전을 이용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은 그것을 선용(善用)하는 방법만 제대로 익히면 훌륭한 정보의 근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유익한 매체이다. ‘숨겨진 보물창고’와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텔레비전 안에는 자녀들의 지적(知的)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무궁무진한 정보와 값진 교육 재료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학습정보에서부터 생활정보, 여행정보, 문화정보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상당한 양의 간접경험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행정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개되는 여러 명소들을 가족 여행시에 직접 방문해 본다거나, 문화정보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바이올리니스트의 콘서트에 참석해 보는 것 등 텔레비전을 통한 간접경험을 직접경험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자녀들에게 텔레비전이 단순한 오락매체가 아니라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인 정보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훌륭한 미디어요 문명의 이기(利器)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텔레비전을 소재제공의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 경우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로 전날 시청한 프로그램이 그네들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소재거리가 되고 있다. 즉, 텔레비전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간에 그네들끼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통의 경험을 제공하고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대중’ 매체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잘 활용하면 부모와 자녀간에 존재하는 세대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텔레비전을 다루고, 또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사실 텔레비전은 가족간에 평상시에는 하기 힘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학업문제, 이성문제, 진로문제, 경제적인 문제 등 텔레비전 속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갈등들을 소재로 자녀들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해 본다면 머지 않아 텔레비전이 부모와 자녀간에 훌륭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매스컴 이론에서 말하는 ‘의제설정기능(agenda setting)’의 실제적 적용이 가정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월드컵 기간 동안 가장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면서 “We are the One”이라는 가족간의 유대감을 공유하는데 텔레비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미디어도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또 하나의 가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니스트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다음 편에는 자녀들에게 텔레비전을 좀더 능동적으로 다루고, 또 다스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정 내에서 실천 가능한 미디어교육 방안과 관련된 방법 몇 가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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