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의 땅 요르단 ②
마다바 지역
외부에 십자가 내걸 수 있는 유일한 중동도시
포도와 밀 농사 짓게 해주는 풍부한 강수량 자랑
비잔틴 시대 예루살렘 흔적 보여주는 귀중한 유적지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 평소 같으면 조용할 때지만 마다바 거리는 요란한 음악에 맞춰 온통 축제분위기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를 위해 온 동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축제를 보기 위해 넓직한 공터로 걸어가다 단번에 제지를 당했다. 여자라는 한 가지 이유에서다. 이슬람은 전통적으로 결혼식이 있기 사나흘 전부터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벌인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한 장소에서 축제를 열 수는 없다. 그러니 남자들이 모인 축제에, 그것도 이방인 여자가 불쑥 나타나 허락도 없이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한 것은 당연한 일.
베다니와는 달리 강수량이 풍부한 마다바는 포도와 밀 농사에 적합할 만큼 토지가 비옥했다. 마다바로 들어가는 양쪽 길목은 추수를 기다리는 밀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마다바의 첫인상은 푸근함이었다. 거리는 조용했고 사람들은 따뜻했으며 소박해 보였다. 구약성경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출애굽한 이후 가나안 복지를 향해 가는 도중 정복했던 도시 가운데 하나이며 고대 중요한 국제 교역로였던 ‘왕의 대로’가 지나는 길목에 있던 이곳 마다바는 비잔틴 시대의 중요한 기독교 도시였다. 지금도 중동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밖에 내걸린 십자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과거 지진으로 인해 1천년 이상 폐허의 땅이었던 이곳이 기독교 도시로 발견된 건 1800년대 초. 당시 케락 지역에 사는 기독교인과 모슬렘간의 충돌로 기독교인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오면서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고대의 성문, 예배당, 유적들이 차례로 발견됐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마다바 모자이크 지도. 1894년에 발견된 이 지도는 고대 근동지역의 지도로서 북쪽 레바논의 시돈과 두로(티르), 남쪽으로는 이집트의 북부지역 델타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성지순례객들에게 어느 곳을 둘러보아야 할 것인지 제시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 지도는 국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6세기 이전 하나님의 구원사역의 실제현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시각교재와도 같았다. 여러 가지 자연석을 깎아 주사위 모양으로 정교하게 배치하여 만든 작품들에는 자연풍경을 비롯해 현란한 기하학적 무늬가 담겨 있었다.
현재는 전체 30평 규모 중 3분의 2 가량이 훼손되어 10평 정도의 분량만이 남아 있는 상태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예루살렘 지역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잘 보존되어 있어 비잔틴 시대의 예루살렘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동의 파리로 불리울 만큼 기독교 도시로 번성했던 마다바는 모슬렘들의 계속적인 유입으로 기독교인 수가 현재는 도시 주민의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교회의 강세가 독보적이라고 한다.
점심 때 한 청년을 만나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기독교인이었다는 윌리엄의 집안은 이스라엘로 돈벌이를 떠난 형을 제외하고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이었다.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만 대접한다는 요르단 전통음식인 ‘만삽’을 처음 접한 것도 이때다. 양의 젖으로 만든 요구르트에 쌀을 넣고 끓이다가 양고기와 잣을 넣어 만드는 ‘만삽’을 대접받았다면 요르단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람에게는 다소 비위에 안맞는 음식이었지만 인정받았다는 감사한 마음에 할당된 양을 기꺼이 소화해 냈다.
마다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면 모세의 통한이 어려있는 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 40년간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이끌었던 모세가 약속된 땅 가나안을 그저 바라보아야 했던 곳, 바로 느보산이다.
요즘은 포장도로가 깔려 해발 7백10m의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데 시야가라 불리는 정상에 우뚝서면 서쪽으로는 사해, 정면으로는 종려나무 성읍 여리고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날씨만 좋으면 그 너머 감람산과 예루살렘까지 볼 수 있다고 하니 이스라엘 땅을 바로 앞에 두고도 밟을 수 없었던 모세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되고도 남았다.
정상에서는 모세기념교회 정원에 있는 조각품 하나가 유난히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모세가 시내광야에서 뱀에 물린 사람들을 살려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놋뱀과, 인류구원을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복합시켜 만든 이 작품은 이탈리아 피렌체 조각가인 지오바니 판토니가 만들었다고 한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굽어보고 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시대별로 새로운 일꾼들을 들어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해본다. 모세의 직임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켜 약속의 땅이 바라보이는 곳까지 인도한 것이라면 가나안 복지로 향하는 새 역사는 여호수아에 의해, 인류구원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졌다.
그럼, 오늘날 우리에게 부여하신 하나님의 선한 계획들은 과연 무엇일까.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을 타고 그 분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아 호흡을 멈춘 채 가만히 두 눈을 감아본다.
후원=요르단 관광공사. 요르단 관광공사 동남아사무소(02-514-2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