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포기한 인생, 주의 은혜로 건짐받아

 가족 가운데 암에 걸린 사람이 없었기에 암과 나를 연관지어서는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때문에 가슴에 만져지는 작은 몽우리는 신경 쓸 만한 것이 못되었다. ‘그저 잠시 있다 사라져버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에 생긴 콩알만하던 몽우리는 곧 엄지손가락 만한 크기로 자랐다. 이때도 설마 이것이 암이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달리 아픔도 없었기에 몽우리가 자라는 것이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곧 나아지겠지, 좋아지겠지’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암에 대해 무지한 것도 한 이유였겠지만, 낙천적인 내 성격이 더 크게 작용했다.
 때문에 병원에서의 암 진단도 내게 죽을만한 고통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이제 어쩌면 좋겠느냐’며 야단이었다. 이때가 96년 12월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모든 문제를 다스리시고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병 낫기’를 소원하며 기도했다. 병원에서는 유방암 2기라며, ‘약물치료로는 암의 진전을 늦출 수 있어도 근원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니 빨리 수술해 암 덩어리를 적출해 내자’고 했다.
 기도하며 하나님의 치료 손길을 기다리고 싶었지만, 가족과 의료진의 성화에 못 이겨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오랜 시간 수술 끝에 암과 함께 오른쪽 유방을 도려냈다. 수술 후에는 속이 뒤틀리고 간이 녹아 내리는 고통을 참아가며 항암제를 맞았다. 그때 기억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몸서리가 난다. 항암제를 맞을 때면 기운이 남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입원해 치료를 받는 중에도 주일이면  병원의 만류를 뒤로한 채 남편과 함께 교회를 찾았다. 병원 측에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기도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내게는 큰 위안이었고 힘이었기에 이 일만은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셔서 병원에서는 ‘수술 후 최소한 5년 동안은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열두 차례의 항암 주사를 끝으로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런 내게 다시 위기가 찾아 온 것이 지난해 12월이었다. 갑자기 마른기침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도 암의 재발은 생각도 못했다.
 역시 아무런 고통도 못 느꼈다. 하지만 이미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이었기에 설령 지금 나타나는 증상이 솥뚜껑에 불과한 것이라도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검사를 마치더니 예상도 못한 진단을 내렸다. 이번에는 폐암 말기란다. 설상가상이라더니 ‘이제 좀 제대로 사는가보다’ 싶었는데 인생이 너무 고단했다. 암은 이미 왼쪽 유방에도 그리고 뼈 속까지 퍼질대로 퍼져 더 이상 현대의학으로는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퇴원을 종용하며 ‘죽음을 준비하라’고까지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는데 이때는 셀원들과 교구식구들이 난리(?)였다. 치료를 포기하고 집에 와 있는 나를 찾아와 ‘나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기도하자’며 매일같이 예배를 드리고 뜨겁게 기도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교구식구들은 금식할 수 없는 나를 대신해 릴레이로 금식하며 기도했다. 병원에서는 ‘3개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교구식구들의 기도가 계속되며 근육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삶의 소망을 되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1월 강북성전 신년축복대성회 인도를 위해 오신 조용기 목사님의 안수기도는 내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더욱 간절히 갖게 했다.
 그러자 기적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만의 일이었던 기적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4월말 ‘죽음을 준비하라던 병원을 찾아 다시 검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건강해 보이는 나를 보며 의사들은 반신반의하며 검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온 결과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뼈 속까지 전이됐던 암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할렐루야!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하나님께 그리고 목사님과 교구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다시 찾은 내 생명, 주님 위해 온전히 드려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