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과 환난에서 건지시는 분

딸아이의 백혈병, 죽음의 문턱에서 고침받아

딸에게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몸에 피멍이 들고 피가 날 경우 지혈이 제대로 안돼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갔더니 병명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재검사를 받아보자는 의사의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아이에게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딸에게 일어났다. 아이는 백혈병이었다. 어린 나이에 아이가 고통스러운 일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고통 속에 괴로워하고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무균실에 홀로 누워 있어야만 했던 아이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괴로운 건 이뿐 아니었다. 돌봐줄 사람 없이 집에 혼자 있을 둘째도 걱정이었다. 둘째는 분별력이 없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신지체 장애아였기 때문이다. 밤에는 직장을 다니는 남편과 큰 아이가 둘째를 돌봐줄 수 있었지만 오전과 낮 시간에는 내가 집과 병원을 오가며 두 아이들을 돌볼 수밖에 없어 나의 몸은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멀쩡하다가도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딸에게 응급사태가 벌어지면 나의 숨은 멎는 듯했다. 중학교 때까지 교회를 잘 다니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교회와 멀어지기 시작했던 아이는 아마도 교회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며 삶의 소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변의 환자들이 죽어 나갈 때면 아이의 우울증은 더욱 심각해졌다. 모든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나는 딸아이 대신 조용기 목사님의 안수기도를 받았고 기도 받을 때 사용했던 수건을 아이의 머리 곁에 두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기로 하고 새벽예배를 다니기 시작했다. 면역력이 없는 환자를 위해 병원에서는 병실 출입을 자유롭지 못하게 했지만 주위 사람 몰래 새벽 4시 반이면 어김없이 병실을 나와 교회까지 한걸음에 달려가곤 했다. 
 “하나님,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에 나의 딸을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의지합니다. 도와주소서”
 한참동안 울면서 기도하고 나면 마음은 편해졌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실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기도를 마치고 급히 병원으로 되돌아와서 보면 아이는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아이를 직접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늘 찾아와 병실 밖에서 기도해주던 장애인대교구 교역자님과 성도들이 고마웠다. 주위 사람들의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 찬양테이프를 들으며 잃었던 믿음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한 아이는 그 마음에 산 소망이 자라게 되었다.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기도의 생활을 쉬지 않던 아이를 보며 ‘이 작은 병실이 교회이자 천국이구나’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1년이라는 힘든 고통의 시간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잘 견디어내면서 아이는 다행스럽게 자가골수이식을 통해 살아나게 되었다. 
 아픔을 통해 하나님과 친밀해지는 축복을 얻은 아이는 교회봉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삶의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해외 단기선교와 국내선교여행을 다녀오고 이번 여름 또 다시 해외 단기선교여행을 준비 중이라 걱정된 마음에 한마디하자 “엄마,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했어요. 제 걱정은 마세요. 하나님이 나를 살려주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라며 미소짓곤 한다.
 23살의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나의 귀한 딸. 나는 건강해진 그 딸을 보면서 은총 베풀어주신 하나님께 한없는 감사를 느낀다.
 또한 혼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정신지체증세가 심했던 둘째아이가 장애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교실을 다니면서부터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기적의 하나님을 체험한다. 환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우리 가정을 다시 회복시켜 주신 그분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돌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