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풍성함 누리는 삶을 위해

더불어 사는 삶 통해 예수 사랑 실천
부모의 신앙 자녀에게 전함이 가장 큰 유산

# 내가 예수님을 믿는 이유

 ‘왜 예수님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나는 세가지로 축약해 답변한다.
 첫째,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는 것은 내 삶에 유익이 된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나는 내가 왜 교회를 다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신앙심이 깊으셨던 어머니는 교회에 가시면 나를 늘 당신의 옆에 앉히셨다. 하루는 그 이유를 묻자 “네가 옆에 앉아있는 그 자체가 좋아, 너무 행복해”하며 좋아하셨다. 어머니를 보며 깨달은 것은 예수님의 마음이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이 축복임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인도하셨던 어머니의 행동이 참으로 지혜로우셨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을 믿는 두번째 이유는 나의 부족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신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그분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길 원한다. 불가능한 일도 그분의 손길을 거치면 가능한 일로 바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기도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요사이 내 기도 제목은 점점 늘어만 간다. 나보다는 가족, 이웃, 사회를 먼저 돌아보게 된 것이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신 자신보다 남을 낫게 여기셨던 예수님. 내가 예수님을 믿는 마지막 이유는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웃을 위해 사셨던 예수님을 더욱 알고 그분의 삶을 따르기 위함이다. 참된 기독인이라면 비록 자신은 부족하지만 마땅히 예수님의 신앙을 본받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 모계로 이어지는 신앙유산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게 된 것을 할머니(박인재 권사)로부터 시작된 뿌리깊은 신앙의 대물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주의 모량이란 마을에서 처음 복음을 접한 할머니는 우리 집안을 신앙의 가정으로 세웠다. 모량에서 십오리나 떨어진 건천에 있는 교회에 다니기가 어려워지자 아예 건천교회 옆에 집을 지어 이사할 정도로 뜨거운 믿음을 소유한 분이셨다. 성경을 통해 한글을 깨우치시고 삶의 윤리와 도덕적 규범을 익히셨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아버지(박목월 시인)와 어머니(유익순 장로)는 말보다는 행함있는 믿음의 본을 나와 내 형제들에게 가르쳐 주셨다.
 성격이 소탈하셨던 아버지는 비록 가난할 망정 사랑이라는 훈훈한 혈연의 정을 가지고 우리를 감싸안고 사셨다. 자녀가 잘못하면 엄히 꾸짖기보다는 먼저 하나님께 무릎 꿇고 자녀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셨던 아버지. 어린 날 나의 잘못 때문에 캄캄한 밤 한강 모래사장에서 내 대신 회개기도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잘못한 것을 용서해 주시며 새롭고 바른 길로 살 수 있게 해주시는 주님’을 알고 바라볼 수 있도록 인도했다.
 사랑의 잣대로 진실한 삶의 방향을 일러주고,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자식의 마음을 받아주셨던 아버지가 계셨기에 아버지가 천국가신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기면 어린아이처럼 눈을 감고 “아버지 어떻게 하지요?”라고 묻게 된다. 육십이 넘은 아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버지의 옷자락을 잡는 것은 나에게 베푼 진실한 삶의 사랑이 담긴 지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꼼꼼한 성격을 소유하셨던 아버지는 내가 논문을 발표하면 찬찬히 검토하신 뒤 문장이 미흡한 곳, 표현이 적절치 못한 곳, 논리가 허물어진 곳들을 찾아 온 종이가 빨갛게 되도록 붉은 연필로 줄을 쳐 내 책상에 올려놓곤 하셨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는 나에게 “많이 생각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위로해주시던 아버지는 내게 끝없는 스승이셨다.
 이런 아버지 곁에는 가난했지만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늘 함께 계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0년 가까이 혼자 사시면서 우리 다섯 남매의 기둥이 되어주셨던 어머니는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늘 나와 손자들을 위해 밤낮 부르짖어 기도하시던 분이셨다.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등을 향해 십자가 성호를 그으시며 기도하셨던, 손자들을 품에 끌어안고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은 생활 속의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생활과 분리된 관념적인 신앙은 말뿐인 신앙에 불과하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이유는 생활 속에서 변화되기 위함이다. 생전에 늘 한자리에 앉아 기도 드리셨던 어머니의 자리는 이제 아내의 자리가 되었다. 아내는 어머니가 앉으셨던 예배당 그 자리에서 나의 아이들, 그리고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드린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유업은 물질뿐 아니라 교회와 신앙을 이어가는 정신이다. 아내의 자리는 며느리의 자리로 이어질 것이다.  
 모계는 생명을 이어가는 자리이다. 생명은 태에서 태로 이어진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은 이러한 탯줄을 타고 계속 이어져 가는 것이다.  아직도 내 생명의 핏줄 속에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 살아 숨쉰다. 이 사랑은 조그마한 상처도 부드럽게 달래주던 아버지의 인자하고 따뜻한 마음과 새벽이면 버스로 세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에 있는 교회의 찬 마루에 엎드려 기도하던 어머니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기자가 본 박동규 장로 …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가슴 따뜻한 글 쓰길 좋아하는 그는 아무래도 자연과 가족에 대한 사랑의 빛을 노래했던 아버지 박목월 시인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녹음이 짙어지는 5월이면 어머니 유익순 장로의 정성으로 세상에 소개된 아버지의 유고시집 <크고 아름다운 손>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고 그는 전한다.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아니,현관에는,아니,들판에는/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알전등이 켜질무렵을/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강아지 같은 것들아…내가 왔다/아버지가 왔다(크고 아름다운 손의‘가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