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갈보리 산정에서 지금도 들려오는 우리 주 예수님의 음성이시다.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까.도무지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시다.갈대로 머리를 치고 침을 뱉는 무리로부터 견딜 수 없는 수욕을 당하셨는데…주먹과 손바닥으로 치면서 내뱉는 갖은 욕설과 천대를 받으셨는데…입고 있던 옷마저 빼앗기시고 온갖 조롱을 다 당하셨는데 아버지!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사나운 가시넝쿨로 엮은 관을 면류관이라 하면서 머리에 푹 눌러씌워 피가 솟구쳐 흘러내리게 했는데…거기에 더하여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하는 견디기 힘든 조롱을 다 받으셨는데… 피와 땀을 너무 흘리시어 그렇게 목말라 하셔도 어느 누구 한 사람 시원한 물 한잔 바치는 자 없었는데…세상에서 버림받아 울고 있는 사람들을 만져주시던 그 인자한 두 손이 십자가에 꽁꽁 묶이어 못이 박히었는데…예루살렘으로,갈릴리로,여리고로 동분서주하시던 두 발에 못을 박아 견딜 수 없는 아픔만이 계속되는데…이미 운명하신 몸이신데도 창을 심장까지 꽂아 피 한방울 남김없이 다 흐르도록 했던 무리들이었는데….
거기에는 사랑했던 제자들도,죽음에서 살려주었던 무리도,불치의 병을 고침받았던 무리도 보이지 아니한 실로 고독한 형장이었다.괘씸한 마음만 솟구치는 것이 당연한 현장인데 여전히 “아버지!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를 외치는 주님의 음성만 이 성금요일에 들려온다.
어떻게 우리 주님은 그들을 사랑하고 용서하실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칠흑같은 어둠만이 계속된 나의 삶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언어이다.그래서 그 말씀이 늘 생소하게 들린다.오늘 이 성금요일에 갈보리 산정에서 외치신 그 말씀이 한반도 한구석에 서있는 나의 귀에까지 들려오는 까닭을 몰라 나는 방황한다.그래서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그 사랑의 함성 앞에서 스스로 조용히 물어본다.이것이 바로 아가페라 이르는 사랑의 실체였던가.무엇 때문에 주님은 그토록 죽음의 순간까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계셨던가.그 사랑의 부르짖음 때문에 내 생명은 이 시간까지 이어지고 있는가.
정장복 교수(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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